뇌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려운 신체 기관 중 하나로,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건강한 삶, 나아가 건강하게 늙고 싶은 바람은 곧 건강한 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뇌가 병들면 치료가 어려울까? 나이가 들어야 발생하고, 또 나이가 더 들면서 점차 심해지게 되는 노인성 뇌 질환인 퇴행성 뇌 질환을 생각해 보면, 그 답은 yes이다. 심지어 이러한 퇴행성 뇌 질환은 조기 진단의 어려움마저 겪고 있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부지기수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연구팀이 각종 신경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인공수정체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눈만 봐도 퇴행성 뇌 질환을 앓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나이 든 뇌가 보내는 sos, 퇴행성 뇌 질환퇴행성 뇌 질환이란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 중에서도 뇌에서 발생하는 질환을 뜻한다. 주요 증상과 침범되는 뇌 부위를 고려해 구분할 수 있는데,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헌팅톤병, 다발성경화증,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등이 포함된다.퇴행성 뇌 질환은 노화에 따른 신경 퇴화와 유전적·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단백질이 응집돼 신경세포가 사멸해 야기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 인자들이 정확하게 밝혀진, 100% 완전히 유전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 유도되는 헌팅턴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경적인 영향'이라는 포괄적 이유만 앞세우고 있어, 원인 규명을 위한 기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알츠하이머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만성적이고 진행성으로 나타나며, 점진적인 기억·판단·언어능력 등 지적 기능의 감퇴와 일상생활 능력, 인격, 행동 양상의 장애를 보인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운동성 장애뿐 아니라 통증과 우울증, 치매 등을 동반한다.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그리고 자세 불안정과 같은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한쪽 팔과 다리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은 고령에 발생하므로 이런 증상들을 단순한 노화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병으로 인지하기 시작한 때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완치가 없는 파킨슨병이지만 약물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는 알츠하이머도 마찬가지로, 현재 명확한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과 함께 조기 발견을 통한 질병 억제가 중요하다. 치매 전 단계라고 불리는 '경도인지장애'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는 나타날지언정 일상생활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노화로 혼동하여 조기 진단 어려워그러나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주로 고령에서 발병하기에 노화로 착각하기 쉽고, 진단 검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콜린성 신경세포의 사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 이상 등이 거론된다. 과거에는 부검을 통해 뇌에서 직접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침착을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가능했다.물론 최근에는 진단 기술의 발달로 뇌척수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측정해 진단할 수 있으며, '아밀로이드 pet'를 통해서도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뇌척수액을 이용한 검사는 검체를 얻기가 쉽지 않고,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뇌척수액 검사를 위해서는 숙련된 의사가 요추천자를 해야 하고, 검사를 받은 후에는 몇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파킨슨병은 확진할 수 있는 검사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이학적, 신경학적 검사가 중요하다. 그 밖에 다른 검사법들은 대부분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파킨슨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1만 1,311명으로, 2016년 9만 6,499명보다 약 15.3% 증가했다. 점점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파킨슨병 조기 진단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눈을 통해 뇌를 진단하는 '스마트 인공수정체' 개발퇴행성 뇌 질환의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이 각종 신경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인공수정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지용우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이형근 교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고원건 교수와 김세민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나노공정 연구실 이재종 박사와 김기홍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시력 개선 목적으로만 사용하던 인공수정체에 진단 감지 능력을 탑재하여 눈을 통해 안과 질환뿐 아니라 퇴행성 뇌 질환 등 각종 신경질환의 바이오마커(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검출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연구팀은 수년간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면서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의 특성을 활용하여 눈물, 방수 등 안구액을 통해 뇌질환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안구를 통해 바이오마커를 검출하고 실제로 진단에 활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바이오센싱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번 스마트 인공수정체 개발로 이를 현실화했다.항체가 결합된 하이드로겔 패턴이 타깃 바이오마커와 반응하면서 수축하게 되는데, 스마트 인공수정체는 수축으로 좁아진 패턴을 기준 격자와 겹쳤을 때 생성되는 모아레 신호의 변화를 이용하는 원리로 바이오마커를 검출한다. 모아레 신호를 이용하는 경우, 하이드로겔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 방식과 비교해 나노 단위의 고감도 변화량 감지가 가능하다. 또한 기존의 바이오센서가 사용하던 전기화학적 혹은 형광발현 표지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직관적인 감지가 가능하며, 외부 전력이나 광원이 필요 없어 생체 내 삽입하는 센서로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선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세극등현미경을 통해 모아레 신호를 관찰할 수 있어 수술 후 모니터링 또한 쉽다.지용우 교수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백내장 등 노인성 안질환과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이 동시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 인공수정체가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진단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뇌와 눈은 시상하부를 비롯한 전뇌 배부위가 동일하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스마트 인공수정체를 이용하여 뇌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